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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서라도’

하루가 다르게 정세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최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한미일 3각동맹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땐 학술논문으로 정리하고 싶었으나 써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다. 학문적 정합성보다 훨씬 분노로 터질 것 같은 생생한 감정을 담을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더 정밀한 분석과 실천적 과제를 담아 릴레이로 써주기를 바란다. – 기자 말

3.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국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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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가리켜 ‘환장외교’라고 한다. 그가 펼치는 외교활동을 보다 보면 정말 환장할 정도로 화가 나기 때문이리라. 국제관계에 대한 지식과 소양이 없던 사람이 느닷없이 대통령이 돼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윤석열과 그를 둘러싼 외교 안보 보좌진들의 사고가 정신 이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야 경험이 미숙하고 사람 집어넣은 것 이외 평생 해본 일이 없으니 그려러니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뭘 모르고 대충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를 둘러싼 일단의 외교와 국제관계를 연구해온 지식인 전문가 그룹은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자신들이 주장해 오던 뜻을 펼치는 것이다.


어쩌면 윤 대통령과 그들은 지금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짜놓은 작전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수시로 ‘바이든과 날리면’, 혹은 주어가 ‘일본인가 본인인가’ 등과 같이 원래 할 말 보다 더 나가거나 불필요한 말을 넣어 버려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1)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철학 세계를 갖고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은 윤석열로 대표되는 그들 집단을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홀로 날뛰는 돈키호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환장외교 핵심은 무엇일까?

1) 친미 돌격대, 무조건 정신

한국 사회에서 친미는 대세다. 특히 대한민국 정치인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발언을 결코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그의 정치적 생명 마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친미 행각은 좀 남다른 형태를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소극적 친미 혹은 지정학적 고려에 따른 고뇌라기보다 필자가 보기엔 그의 미국에 대한 추종은 조폭 두목에 대한 조직원의 맹목적 의리에 가깝다.

원래 조폭들은 조폭 두목 대신 감옥에 가기도 하고 때로 대신 칼 맞기도 하는데 이것을 무척 멋지게 묘사한 영화도 많다. 때로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2인자와 3인자의 충성 경쟁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앞뒤 재지 않고 확실하게 몸을 던지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충성을 입증한다.

이런 태도야말로 미국의 상당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지금 중국과 대결을 해야 하는 미국에게 정말 필요로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조직과 신흥거대조직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는 행동대장은 조직보스의 신뢰를 받기 마련이다.

윤석열 정부는 친미 돌격대를 스스로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취임식에서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겠다”2)라며 이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서 국제사회는 미국을 의미한다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미국에 대한 맹목적 충성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도청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이 마구잡이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우방들의 지도부에 대한 도·감청을 진행하다가 그만 들통이 났다.3) 상식의 세상에서 본다면 공식적으로 미 정부에게 항의하는 것이 맞다. 실제 프랑스·독일 등 여러 나라들이 꼭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 기자회견을 통해 엄중하게 항의하였고 미국의 사과를 받아 낸 바 있다.4)

설령 조폭 관계라 할지라도 결기 있는 동생이면 ‘형님.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왜 몰래 감시합니까?’라고 할 법하다. 그런데 대단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023년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준비 차 미국으로 출국하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의 도청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도청은 누군가 위조한 것이며 미국이 자체 조사 중이니 유감이나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5)

한마디로 말하면 ‘형님은 아무런 악의 없이 도청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의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조작한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라고 한 셈이다. 세상에. 이렇게 쉽고 이렇게 좋은 꼬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국빈 방문도 허용해주고 의회 연설도 시켜주며 한껏 키워준다. 조폭 세계의 특징 중 하나는 칭찬과 보상이 아니던가? 활짝 웃으며 ‘아메리칸 파이’로 화답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급기야 동해는 일본해가 되었다.6) 미 국방부가 공식표기로 결정했다. 이 어마어마한 상황에서 왜 입도 뻥긋하지 못할까? ‘형님’이 정했기 때문이다. 이제 독도가 일본 땅이 되고 동해안이 일본자위대의 놀이터가 돼도 묵인할 태세다. 조폭두목의 불합리한 결정이나 행동에 제동을 함부로 거는 똘마니는 없기 마련이다.

똘마니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지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판단과 결정은 보스의 몫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 유명한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한다’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이제 그의 그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알게 됐다. 무조건 충성의 대상은 미국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실패도 다름 아닌 미국에 대한 굴종 탓이었다. 미국은 자신의 승인 없이 남북 합의사항 이행을 용납하지 않았다. 2018년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남북간 합의사항에 대한 질의 응답과정에서 그 유명한 발언을 한 바 있다. “Right!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7)

문재인 정부는 결국 남북합의 이행을 위해서라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고개 숙여 미국의 동의를 구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트럼프의 거의 삥 뜯는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요구, 한미연합훈련 재개, 한미워킹그룹 설치, 미국산 무기 구입, 작전지휘권 환수 등에 대한 폭넓은 양보였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안타깝게 단 한 가지도 없다. 철도 도로연결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재개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이산가족 화상상봉조차 미국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할 수 없었다. 오로지 미국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으로 남북관계는 단 한 발자욱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까.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보며 무엇을 교훈으로 얻었을까?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아주 간결하다. 어정쩡한 태도로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쓸데없이 ‘운전자’ ‘중재자’ 운운하다가 미국의 심기만 건드려 한미동맹에 금이 가고 남북 간 아무런 합의도 이행하지 못했고 일본과 관계도 상하고 안보태세만 이완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이들은 결론을 냈다. ‘우리는 엉거주춤하지 말자. 미국과 확실하게 관계를 회복하고8)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워 북과 대결자세를 유지하며 가치동맹을 통해 중국과 선을 긋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원한다면 토 달지 말고 무조건 다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정리한 것이다. 필자는 가수 박상철이 부른 ‘무조건’이 윤석열과 미국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 음미해 보라.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게.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심지어 이 가사에는 나토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결합시킬 전략과 의지도 표출되어 있다.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넘어설 수 없다면 아예 시도조차 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기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식이다. 스스로 두목을 모시는 부하의 역할에 충실하자. 이것이 그들의 결론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의 대미정책을 ‘무조건주의’라고 규정짓기로 했다.

마지막 의문 한 가지를 정리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왜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대한 맹목적 충성, 무조건주의를 정책기조의 중심에 놓게 됐을까? 공산주의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이 그를 천하의 친미주의자, 시키면 무엇이든 하는 무조건 주의자로 만들었을까.

사실 여기에 답이 있다. 미국이 그를 낙점했고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원래 정치인들은 자신을 그 자리까지 만들어 준 사람 혹은 세력에게 충성하기 마련이다. 정치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그렇게 여러 번에 걸쳐 한미동맹 최우선을 외치고 미국과 손발을 맞추려 노력했지만 미국의 전적인 신뢰를 얻는 데 미흡했다. 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남북간 맺어지는 여러 합의들도 위험스럽고 무엇보다 일본과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이 정말 꼴 보기 싫고, 중국과 3불가니 뭐니 하는 합의도 영 시원찮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마음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의 각종 비리, 부패, 도덕적 스캔들이 발생하며 흔들리자 마침내 미국은 자신들이 가장 원하는 대통령을 만드는 데 다양한 방식으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실현해 낼, 중국봉쇄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흔쾌히 뛰어 들어올, 반공과 극우를 내세워 전쟁정책을 아무 군말 없이 수행할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정확히 집어냈다.

이래경 다른 백년명예이사장은 대통령선거가 아직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 미국의 CIA, FBI수장이 연이어 당시 원칙과 소신의 상징처럼 떠올라오던 검찰총장 윤석열을 만나 대통령선거에 나갈 것을 권유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통령실은 “그러한 주장은 전혀 사실도 아니고, 만난 사실조차도 없다”며 “대꾸할 가치조차 없지만 이러한 주장이 나오면 동맹국인 미국을 폄하하는 것이다. 동맹 간의 신뢰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9)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 오랫동안 한국의 대선에 깊숙이 개입해 온 미국의 정보당국이 충성스런 친미돌격대장을 세우는데 팔짱끼고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자. 그렇다면 윤석열의 등장부터 그의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외교행보의 근거는 모두 미국의 강한 요구에 근거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미국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서 이런 윤석열의 친미돌격을 막아 나설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윤석열은 밉고 미국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각주]
1)신민정기자, <WP, 윤 “일본 무릎” 인터뷰 원문 공개…주어는 ‘윤대통령’>한겨레신문, 2023.4.25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2)취임사, 대한민국 대통령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를 분리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때 국내 문제도 올바른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도청한 정황이 담긴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유욕타임즈 2023.4.8
4)이병도 기자 ,” 또 불거진 미 도청’ 의혹… 40여년간 120개국 엿들었다.” KBS, 2023.4.10 2021년 5월, 덴마크 공영방송(DR)은 미 NSA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덴마크 해저 통신 케이블을 통해 메르켈 총리 등 유럽 고위 정ㆍ관계 인사들을 도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동맹국 사이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고, 피해 당사자인 메르켈 총리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5)박은경기자, “미국 도청 의혹 때마다 한국 ‘저자세 대응’···2023년과 2013년 ‘판박이'” 경향신문, 2023.4.12
6)동아일보. 美 국방부 “‘일본해’ 공식 표기 맞아…통일해서 쓸 것” 명칭 고수 2023.8.17 미국은 앞으로 동해상에서 훈련 시 ‘일본해’ 명칭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칭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문의에 국방부는 “‘일본해’가 공식 표기가 맞다”며 “‘일본해’라고 쓰는 건 미 국방부 뿐 아니라 미국 정부 기관들의 정책”이라고 답했다.
7)정효식기자, “트럼프 “韓, 우리 승인 없이 안 할 것”, 중앙일보, 2018.10.11. 5·24조치 해제 제동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태풍 마이클에 대해 보고를 받은 후 기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질문을 받던 중 한 기자가 “서울에서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 (There is ….press from Seoul that South Korea was considering lifting some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라고 하자 “그들은 우리의 허락 없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허락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 라고 말했다.
8)김현빈기자, 한국일보, 윤석열 “무너진 한미동맹 재건… 힘을 통한 평화 구축하겠다”2022.1.24
9)박태환기자, 시사인투데이, ‘미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출마해 줄 것을 권했다’2023.6.14
“2019년 윤석열씨의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당시 CIA 수장인 지나 해스펠이 극비리에 방한해 윤 총장을 면담했다. 당시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미·중 등거리 외교와 북한 포용 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비난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 차기 대통령 성향에 따라 미국 전략이 크게 영향받는 상황이었다. CIA 면담 이후 윤 총장은 정치·안보 이슈 등을 포함해 과감해지고 문재인 대통령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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