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이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 등 일부 주의 전기차 전환 일정과 같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택 가스보일러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계획을 완화하고, 히트펌프로 전환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은 가스보일러 설치를 2035년까지 100% 중단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수낵 총리 “탄소중립 비용과 대가에 솔직하지 못했다”
영국은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2050년 탄소중립(넷 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수낵 총리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유지하지만,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조치가 영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관련 내용이 언론이 먼저 보도되자 이날 긴급 내각 회의를 가졌고,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치인들은 (2050년 탄소중립에 필요한) 비용과 대가에 대해 솔직하지 않았다”라며 “우리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균형 잡힌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자녀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영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수낵 총리가 가져온 변화로 인해 목표를 달성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선도하는 국가로 나서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반전”이라며 “수낵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환경 정책을 축소함으로써 부동표를 흡수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집권 보수당 지지율은 야당인 노동당에 뒤처져 있다.
야당 “수낵은 나약한 총리” 비판… 자동자회사도 ‘반발’
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노동당은 수낵 총리에 대해 “절망적이고 방향성이 없는 나약한 총리”라며 “오직 노동당만이 영국의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밝혔다.
특히 녹색당은 “탄소중립을 위한 수낵 총리의 새로운 접근법은 위험한 유턴”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영국 경제, 시민의 안녕, 환경의 미래가 창밖으로 내던져질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기차 전환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자동차회사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기아차는 “복잡한 공급망 협상과 제품 계획에 변화를 가져오고, 소비자와 업계를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탄소중립 계획을 연기한 것에 실망했다”라며 “많은 사람이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노력하고 투자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포드사도 “우리는 영국 정부로부터 야망, 약속, 지속성 3가지를 원하는데 이번 결정은 이를 훼손한다”라고 강조했다.
